실내: 성산아트홀 破格

■ 김준권 Joonkwon Kim

山韻-0901(Rhythm of Mountains-0901) 
Ed.6

수묵목판화 400 x 160cm
2009

원숙미의 사의(寫意)풍경 시기의 작품은 대나무 숲, 중첩된 산의 능선들, 소나무 숲, 광활한 들판 등의 소재로 집약되고 있다. 이들 작품은 특정 지역이어도 좋고, 또 아니어도 좋다. 한반도 어디를 가나쉽게볼수있는평범한풍경이기때문이다.작가는여기서 내면세계에 천착하여 차경(借景)의 의미를 환기시키고 있다. 저 멀리에있는풍경을나의울안으로이끌고와나의자연으로만드 는것,바로차경의장점이다.표현기법은물론소재선택이나의 미부여등작가의원숙미를읽게하는작풍이아닌가한다.정말 작가는 수도승처럼 자연을 해석하고, 아니 무애(無碍)의 경지에 서 이제 거리낌 없는 작의(作意)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그 속에는 운문정신과 율동이 깃들어 있고, 무엇보다 자연친화주의가 돋보 이고 있다. 김준권식의 자연이고 예술이리라. – 윤범모 미술평론가

■ 김창환 Changhwan Kim

Swimming

철근, 스테인리스 스틸 Dimension variable 
2013

권력의 상징인 상어는 바닷속의 포식자일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출몰하는 강자이거나 거대한 조 직일 수도 있다. 어딘가를 향해 무리 지어가는 상 어는 파국적 대단원을 향해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권력의 허망함에 대한 은유라고도 볼 수 있다. 아 울러 눈이나 코와 같은 감각기관이 제거된 상어는 권력의 무상함, 즉 정처 없이 부유하다 침몰하는 권력의 속성에 대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발생 과 소멸의 과정을 밟는 자연의 순리처럼 기세등등 한 권력도 언젠가는 부침한다는 작가의 믿음이 공 격적이면서 동시에 멍청해 보이는 상어의 형태를 통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 어느 불 특정한 권력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신분상승을 통해 권력의 쟁취를 꿈꾸고 있는 작가 자신의 욕망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 입신이나 경제적 성공을 통한 부의 축적, 정치적 영향력의 쟁취 등 은 대부분의 인간이 지닌 욕망이기 때문에 넓게 보 아이 상어는 인간이 가진 욕망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부피는 크지만 무게는 한없이 가벼운 상어는 그러므로 인간이 지닌 욕망의 가벼움을 비유한 것 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허공중에 빛나는 모세 혈관과도 같은 선들로 이루어진 이 물체는 그러한 참을 수 없는 욕망의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나 자유 롭고자하는인간의또다른욕망에대해서도상상 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김창환이 만들어놓은 상 어는 바닷속을 유영하는 포식자이자 거대한 권력을 쥔 난폭한 지배자이기도 하지만 탐욕으로부터 해방돼 창공을 날고자 하는 자유에의 의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다. –작가노트

■ 백승수 Seungsoo Baek

Untitled

스티로폼, 한지, 먹 100 x 100 x 2.5cm 
2018

Démarche Artistique Expression de l’égo par la figuration du corp dans l’art moderne 나의 M2 논 문 제목이다.

조각을 시작한 이후 나의 관심은 인간이었다. 지금 또 한 변함이 없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의 시선이 밖 에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서 나의 작품들은 형태를 잃어가고, 인간의 자아, 내 면세계로 나의 주의가 끌리고 있다.

사람은 사회와 인간의 관계 연속성 속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거대한 물질문명과 결합된 사회 속에서 인간은 자신만의 색을 잃어버리고 획일화된 기계 부속품의 하나로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개개인의 자아는 소멸되어 가고 사회라는 하나의 단위 속 구성물질로 단정 지어진 개인이 존재하는 형상을 보이는 듯 하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 속에서 인간은 자아상실을 경험 하게 되고, 이 자아상실의 경험은 인간의 존재가치 증 명 욕구를 더욱 증폭시킨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타인 과다른자신의특별함을끊임없이탐구하고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인간 내면의 활동을 외부로 끌어내어 내면의 혼란을 극복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 손정희 Junghee Sohn

Playboy Mansion: Bygone Era

ceramic, old tree, rubber band, dimension variable 
2018

1970–80년대 세계 최고 강국 이었던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Playboy 잡지의 마스코트였던 Playboy Girl을 주제로 사라져간 시대를 묘사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성에서 얻거나 잃는 사회적 위치를 다양한 감성으로 표현함으로 서로의 아픔을 다독여 주는 작 업이다.

손정희는 도조(陶彫) 작업을 통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감춰져 있는 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손정희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공통적인 정조(情調)는 연민과 해 학, 기다림(願望), 비상등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윤진섭 미술 평론가, ‘인간적인, 너무 나 인간적인’

■ 송창 Chang Song

Garden1,2

Iron plate, 3D print, oil, acrylic paint 174 x 122cm
2018

근대화 이후 우리 시대에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분단이다. 분단 은 정치 경제사회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으며 그 지난한 과 정 속에서 때론 비도덕적 공권력의 폭력화에 수많은 민중의 죽 음과 뼈아픈 상처 속에서 서로를 껴안고 어둡고 그늘진 삶을 살 아왔다. 국가의 공권력이 바로 서지 못하고 왜곡되거나 오해되고 이용되거나 배제되었던 비인간적 사회적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두 작품은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부패한 공권력의 폭 력에 의하여 억울하게 희생된 수많은 영혼을 불러내어 용서를 비 는대화의장이자화해의일치를이루는한판의굿마당이다.– 작가노트

최근 송창은 사각형과 평면에서 이탈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철판 을 휘거나 구겨서 비정형의 바탕을 만들고, 거기에 입체인 꽃이 나 해골 오브제를 붙이면서 페인팅을 하는 실험이다. 소재의 ‘표 현’에서 진일보해서, 분단정서 자체를 입체로 사물화하려는 것으 로 느껴진다. 물론 미니멀 아트처럼 중성적인 물질로 환원시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접혀지고 구겨진 얇은 철판의 형태와 물질 감에 덧붙여진 오브제 부착과 그리기의 표현성은 여전히 그의 평 면회화처럼 보는 이의 감정을 자극한다.

여기서 우리는 송창이 자신의 회화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하고 있음을확인할수있다.사각형프레임,캔버스틀,캔버스천,그 리고 평면성의 조건과 재현성을 거부한 추상적 환기력으로 ‘표현 된 사물’의 제시가 그것이다. 평면이자 입체, 사물이자 이미지인 그것은 작가가 자기 스스로에게 썼다가 구겨서 던져버린 편지이 자,익명의숱한죽음들과자신을동일시하는몸같다.또한그것 은이유없이희생된뭍생명들에대한위무의모뉴멘트이자,핵 으로 인해 긴장된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에 보내는 경고문으로도 읽힌다.얇은철판에얹은이실험과시도는그결과가어떻든지 간에 작가 송창에게는 풍요로운 영양제라 하겠다. 작업의 끈을 항상 놓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니까. ... 

–66년의 분단서사-그 촉 각적 정서, 김진하 미술평론, 나무아트 디렉터

■ 안종대 Zongde An

실상 Le temps(시간)

말린식물, 실, 솜, 백회, 기타
200 x 300 x 350cm
1990~

선택된 모든 오브제는 오랜 방치의 시간을 지나면서 바래고 녹슬고 건조된다. 시간 위에 놓여진 것들의 이 중성 양가적 속성을 주목하고 응시하노라면 지각할 수없는시간은오브제를통해모습을드러내고내면 으로 들어서는 길을 제시한다. –실상, 작가노트

햇빛에 노출되어 서서히 탈색되는 색지는 때로 비를 맞기도 하면서 그 색이 빠지기도 한다. 안종대는 차분 하게그리고꾸준히세월의흐름안에내포된시간성 과 자연의 변화를 예술을 통해서 보여준다. 작가의 손 길은 단지 우연적인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안종대는 현란하게 빛나는 금이나 은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그는 일상의 곁에 서 은근하게 자신을 드러내면서 변화해가고 있는 재 료들(고구마, 말린 식물, 음식물, 색지(한지), 철, 돌 등)을 사용한다. 우연한 듯 변모된 현재상태의 모습 에서 경건함이 나타나는데, 그 변화는 어쩌면 선험적 으로 주어진 것인지 모르나, 작가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안동대의 작업세계를 이루는 테크닉은 인 위적이고 꾸며주는 것이 아니다. 그의 색지는 빛 자국을 담아내며 그의 정성을 담아낸다. 오브제가 놓였던 자리는 그 오브제의 숨결을 담아 색을 보유한다. 말 린 마티에르는 그 오브제가 있는 환경의 공기를 마시 면서 늙어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과 삶 속에서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 작품 은 작가가 탐구하고 묵상하는 삶과 진리에 대한 화두 를 던지며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절대 진리에 대한 암 시를 나타낸다. –강선학 평론가

■ 오순경 Soonkyung Oh

일월오봉도

한지, 분채, 봉채, 석채 156 x 54cm x 6sides 
2010

우리나라에서 매우 독특한 형태로 발달한 국왕의 존재를 상 징하는 궁중회화를 대표하는 그림, 조선시대 궁궐 정전(正 殿)의 어좌(御座) 뒤, 또는 야외 행사 때에는 천막 안의 옥 좌 뒤에, 사후에는 빈전(殯殿)에, 진전(眞殿)에는 국왕의 초상화 뒤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병풍으로 왕의 권위와 존 엄을 상징하는 동시에 왕조가 영구히 지속되리라는 뜻을 나 타낸다. 왕권의 상징인 오봉병 병풍을 <파격>주제의 현대 미술 전시에 상하 거꾸로 진열한다.

■ 오원배 Wonbae Oh

Untitled

Fresco on acoustics panels 60 x 360cm
2018

오원배의 화두는 늘 인간이었다. 때로는 가면 같고, 어떤 때는 투명 인간처럼 윤곽선(outline)으로, 그러나 왠지 토종의 다듬 지 않은 순수함의 모습으로 몸부림친다. 한편, 이 몸부림은 어 둠과허무의단순한발광이아닌듯.오히려어둠과허무를넘 어, 투쟁과 고뇌를 감내한 이 시대, 우리의 토종적 “짜라투스트 라” 같은 강인한 생명력의 발현이다. 마치, 어둠과 허무 너머의 원천적인 “생의 환희”를 마음으로 읽어내기를 바라는 듯, 화가 가그린인간은자신의“몸”을뒤틀어“몸의언어”로 말하려 한다. –정영목 교수, 서울대, ‘회화적 몸의 언어’ 

오원배는 오랫동안 현대인의 삶의 근저에 자리한 실존적 무게 를 회화적으로 재현하려 하였고 바로 그것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제 오원배는 그의 주제의식만큼 무거운 재료와 기 법을 선택했다. 프레스코라는 근대 초기 회화의 물질적 기초 위에 그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구축하려 한 것이다.

‘왜 고풍스런 프레스코에 매료되었냐?’는 질문에 작가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원래 미술은 노동에 기반한 것이었다. 생각과 몸이 하나 되어 나오는 옛 그림들이 주는 깊은 매력은 철두철미한 장인정신에 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화가로서 나는 프레스코가 주는 그런 깊은 맛을 피할 수가 없다.” –양정무 미술이론, 한국예술종합학교, ‘그 리기의 위대한 노역 –오원배의 프레스코’ (부분 발췌)

■ 윤영희 Younghee Yoon

광화문II

사포지, 크레파스, 아크릴, 기타, 270 x 275cm 
2018

광화문을 중심으로 일련의 촛불과 태극기 시위 의 물결을 보며 한편은 감격이고, 한편은 착잡해 지는마음가눌길없다.국가공동의행복과평안 그리고번영이라는단어앞에정치이념간,세대 간, 지역 간의 대결의 변(辯)은 무너져야 한다. 그 시간에 상처하나 더 찾고, 치유하고 나아갈 방도 하나를더찾는것이급선무일것이다.이러저러한 이유로 상처받은 국민의 아픔을 달래고, 국가 적 허기짐을 채워보려는 마음을 담았다.

풍성한 이미지로 서민적 풍요의 대명사인 호박 과 호박꽃이 신비의 새, 서조(瑞鳥)의 온몸에서 내뿜듯 생겨나고 있다. 간절한 순간에 귀인(貴 人)과 의인(義人)이 나타나기를 바라듯, 광화문 을 에워싼 서울의 밤하늘에 온 도시를 감싸도록 넓은날개짓을하며서조가출현하는모습을상 상해본다. 어느 한 곳 빠짐없이 어루만져주기를 기대하며..

호박은 과육뿐만 아니라 잎사귀, 꽃, 씨앗까지 어 느하나버릴것없는식품으로,그야말로선조대 대로 민초들의 생명을 살려온, 풍요 속에 있지만, 갈수록 마음이 허해지는 오늘의 많은 이들에게, 모란꽃보다 친근하고 실속 깊은 호박꽃으로 그 허 기진 마음을 달래주고 싶다. 바로 우리에게 서조 는 그 역할의 화신(化身)으로 출현한 모습이다.

그리하여 스스로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탈피(脫 皮)를 통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비상(飛上)하기 를응원한다.나스스로도그렇게할것이고,내 가정과 주변에 저런 서조의 모습이 되어주고 싶 고,또한내게도,국가에도저서조와같은존재 (存在)를 앙망(仰望)해본다.

■ 이이남 Leenam Lee

별이 빛나는 밤에 On a starry night

4 x LEDTV 5min 40sec 
2014

명청시대 작품 5점을 디지털 병풍으로 구성하여, 정지된 과거 작품에 계절이라는 시간개념을 적용하였다. 사계가 변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회 화를 보여주려 하였으며 인물과 당시의 소소한 풍경을 담고자 하였다. 계절이 크로스오버 되는 모습에서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점을 찾고자 하였다.

깊은 밤에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는 빛은 하 늘의 별이 되어 어둠을 비춘다.‘별이 빛나 는 밤’에는 빛을 잃고 제도와 시스템의 어두 움 속에 갇혀있는 작품에 빛을 비추고 생명을 부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빛은 어두움에서 해방하며 진리를 비추는 등불이 된다.

■ 임채욱 Chaewook Lim

인수봉 Insubong 

한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LED 조명
500 x 200 x 40cm
 2018

북한산 인수봉은 서울의 큰바위 얼굴이자 한국 등산역사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로 이 루어진 인수봉의 장엄한 모습과 기운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드러낼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먼저 인수봉의 가 장 특징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후 한지에 흑백으로 인화하여 깊고 강한 수묵화의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한지에 인화된 사진을 다시 손으로 즉흥적으로 구겨서 입체적인 효과를 주었다. 일반적으로 사진을 구긴다 는 것은 사진을 버리는 행위지만 사진을 한지에 인화한 후 구겨서 작업하는 나만의 독특한 기법은 역설적이 게도 인수봉을 입체적으로 살려내는 방식이다. 최종적으로 작품 뒷면에 스마트 조명을 설치하여 관람객의 소리 및 음악에 따라 인수봉의 바위색깔이 다양하게 변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인수봉이 딱딱하고 위 압감이 느껴지는 존재가 아니라 관객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친근한 큰 바위 얼굴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 다. 사진과 수묵화 그리고 조각 등 서로 다른 매체적 특성들을 융합하여 인수봉이란 존재를 새롭게 각인시키고자 하였다.

■ 정광화 Kwanghwa Chung

La palette i

석고, 물, 가습기, LED 450 x 230 x 70cm 
2018

기억체계의 물질화

La Palette 시리즈는 최근 설치를 시작으로 사진과 영상, 조각도 함께 발표하고 있는데 이 작업의 시작은 ‘기억체계를 물질로 표현한다면 어떤 것이 만들어질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매 순간 기억하거나 기억을 꺼내 며그것에대한경험들이쌓여가고각자가취하는방식이있 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음악을하기위해악보를외우는연주자,그림을그리다보 니 글보다 그림의 배치를 자연스레 기억하는 시각 예술가 그 외에도 직업은 기억하는 방식을 다르게 만들지만 그러한 방식이 달라지게끔 하는 데는 결국 언어에서 어순의 다름이나 문화의 특이성, 자연환경까지도 깊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10여년간같은주제로 다양한 설치, 조각의 형식을 통해 실험해 오다가 La Palette 시리즈에 와서 기억에서의 시간 성, 관객 참여의 형식을 부각시키게 되었다.

석고가루로 만들어진 분진 형태 위에 석고로 떠낸 미니 카가 부서지거나 석고가루에 묻혀 불규칙하게 놓여있고, 끊임없이 안개가 솟아 나와 이 풍경을 가리고 있다. 안개는 공기 의 흐름이나 관객의 호흡에 의해 움직여 내부의 풍경이 드 우러났다 다시 사라진다. 안개에 의해 석고가루는 점차 굳어져 덩어리가 되고, 미니 카는 서서히 부서져간다. 연약한 석 고의 물성, 시간성, 물체의 반복과 그것들의 차이, 관객과의 interaction 등의 요소들은 물질로 표현된 기억의 모습을 구 성하는데, 이는 결국 세상의 종말과 닮아있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 진기종 Kijong Zin

자유의 전사 

Mixed Media 150 x 90 x 150cm (x2)
2015

카톨릭 및 개신교에서 말하는 하나님과, 이슬람에서 말하는 알라는 같은 하나님을 칭하는 용어이다. 유일 신인 하나님은 결국 하나이다. 그러나 인간은 예수와 무함마드를 신격화하고, 다른 교리를 주장하며, 끊이지 않는 여러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 서 들끓는 내전과 전쟁을 거듭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 과 서방국가들 간의 다툼도, 결국은 종교 마찰을 발 화점으로 폭발에 이르렀다.

카톨릭 신자이자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미국 최정 예 특수부대인 미 해군 네이비실팀(NAVY SEAL TEAM) 6 대원은 전투에 나가기 전 한 손에 묵주를 다른 손엔 살인 병기를 들고 경건한 모습으로 기도 하 고 있다.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자 알라를 위해 목숨까 지 바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지하드(jihad) 전사인 알 카에다(Al-Queda) 부대원은 냉전시대의 마스 코트인 AK 47소총과 알라의 요술봉이라는 RPG-7을, 다른 손엔 이슬람 염주를 들고 기도하며 코란을 읊는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2011년 5월 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은신해있던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서 성공을 거둔 실팀6과 당시 오사마 빈라덴의 안가에서 경모 임무를 맡았던 알 카에다 조직원의 죽음으로 인해 중동과 서방국 간의 전쟁은 끝나는 듯했지만, 극진히 슬림들은 더욱 잔인하고 대담해졌고, 결국 종전의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21세기 백년전쟁으로 치닫고있는듯하다. 눈을 감고 서로 마주 한도 병사는 유일신 인하나 님에게 다른 종교의 신념으로 기도를 하고 있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전쟁터에서 과연 신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줄 것인가. 결국 종교전쟁은 인류가 해결하지 못하는 과제인 것인가.

■ 최울가 Woolga Choi

나는 어린시절 첫 그림부터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만들어진 설정에서 비켜간 본능에서의 표출되는 감각에 의존해야만 했던 그이름. Primitif!

단한번도 흐트르짐도 없는 이즘의 틀안에서 지금까지 무수 한 변화속에 감추어진 본능의 속살을 수없이 도려내고 베껴 내기를 반복했다.

원초적 자유스러움을 찾았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과 이글거리는 감춰진 탐욕은 나 외에는 그 누구도 들여다 보 지 못했다. 정글의 숲속 같은 수많은 수수께끼 같은 사물들의 오묘함은 차라리 인간들의 눈에는 어쩌면 유희처럼 느 꼈을지도 모른다. 그 속에 담겨있는 탐욕과 비릿한 모순 들 인간들의 삶에 대한 비판은 차라리 나의 그림 속에 영원 히 알지 못하게 숨겨 놓았는지 모른다. 그림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인간의 모순된 허물들을 하나하나 들추어내어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기에 끊임없이 정신적 방황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진정 프리미티브의 시작부터 완결 편을 만들고 싶었다. 어 린 풋내기 시절 이글 그리는 자화상부터 인간 본연의 모습, 나아가 언어가 없었을 때의 원시시대의 생각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도덕과 윤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대 느낌마저 도 언어로도 문자로도 표현할 수 없었던 그때를 말하고 싶었다. 그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모른다. 끝이 없을 수도 있다. 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연구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끝없이 변화되면서 수많은 얘기를 담을 수 있는 장르가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결국 인간 본연의 DNA가 수많은 시대를 거치면서 표현되는 상황들 중에 내가 택한 원초적 본능을 나타내는 몸짓에 가까이 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것들이 나의 그림에 고스란히 내려 안기를 바랬다. 자본주의 시대의 예술가들의 삶이란 끝없이 자기 상황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그렇게 아름다웠고 빛나고 황홀한 생각들을 접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차라리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속을 걸어가는 자신을 깨달을 때 얼마나 좌절했을까?

나도 예외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 상황ᅳ 프리미티브의 기 조를 잃지 않으려고 얼마나 발버둥 치며 뉴욕의 거리를 헤매 일수 밖에 없었던 그때 그 시절ᅳ포기하고 싶었던 그때도 왜 프리미티브인가의 의문을 던지면서도 끝내는 다른 길로 비 켜가지 못했던 어리석음이 있었기에 아직도 낡은 물감 재료를 뒤척이며 본능의 자유스러움과 무언의 느낌을 흰 켄 보스에 때론 오브제에 투영하며 좀 더 그것에 가까이 가려고 분투하고 있다. 어쩌면 나의 삶 속에서 프리미티브의 표현이 어린 시절 삶 속에서 만들어진 나의 불운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 을지 모른다. 인간은 왜 고통스러워하고 아파하는가? 그리 고 왜 아파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가 그 어린 아이의 화두였다. 어린 시절 절집 옆에서 살았던 나는 새벽 4시만 되면 목탁 소리와 함께 잠을 깼다.

새벽 4시 반에는 성당의 종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하루 삶 은 피폐해져서 고달프게 살았던 그때 어린 나의 눈에 비친 세 상의 풍경은 차라리 슬픔으로 다가왔다. 결론은 인간의 고 통은 언어 속에서 나온다는 걸 깨닫고 훗날 그림 속에다 만들어 내려고 하던 것이 나의 프리미티브의 시초인 것이다. 암튼 지금까지의 홀로 걸어온 프리미티브의 터널을 걸어 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의 산길에 펼쳐져 있는 프리미티브의 오솔길을 걸어갈 것이다 설사 완결의 미학에 도달하지 못한다 해도 결코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노트

■ 하태범 Taebum Ha

Line of Sight3

Aluminum panel Fiberglass 120 x 180cm
2015

지금이순간에지구어디에선가헐벗고굶주린사람 들이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나라도 불과 몇십년전에같은역사를갖고있었으나경제발전으 로 어느 정도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자 기부문화와 구호단체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방송에 서이러한광고를심심치않게볼수있음이이를말 해 주고 있다. 거기엔 굶주리고 핍박을 받아 고통스 러워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유 명한 배우나 저명인사가 나와 우리에게 그들을 도와 달라 호소한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느 흑인 아이 는 굶주림의 상징이고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이미지 로 각인된다. 하지만 그 아이가 누구고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관심은 없고 우리의 슬픔과 연민을 자극하 는 매개체로서의 상징물로만 남아있다. 마치 과거 역 사적 사건을 기리는 기념비처럼 말이다.-그리고 그들 의모습들은사진가와기자들의카메라를통해전세 계로 퍼져나간다.

파리가 눈가에 붙어 있는 얼굴이, 반쯤 벗겨진 옷 사이로 비치는 가슴 그리고 슬프고 괴로워 일그러진 표정을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보이고 있음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이런 그들의 모습을 기념비로서의 인물 상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누군가의 업적을 기리기 위 해 후세 사람들이 세우는 조형물이다. 그러나 정작 기념비의 주인공들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며 그들 에게어떤의미도되지않는다.단지남은사람들의 이념이나 목적, 연대감 등등을 위한 목적으로 존재한다는 면에서 굶주린 아이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구호 단체의 광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홍선웅 Seonwung Hong

울산역사고(歷史考)

Woodcut 90 x 200cm 
2016

<백령도-종이학>은 2010년 3월 26일 북한 해군의 어뢰공격으로 백령도 근해에서 한국군의 천안함이 침몰된 사건을 다룬 것이다. 이 사건으로 한국해군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되었다.

이 작품은 남북분단으로 야기된 오늘의 현실을 천안 함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환기해 보고자 제작되었다. 남북한의 남녀 여러명이 폭탄과 총을 들고 대치하면서 서로 고뇌하는 모습에서 분단이 주는 삶의 절망과 공포가 느껴진다.

종이학은 백령도 두무진을 배경으로 46명의 순국 영령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시한 것이다. 이미 저세상으로 간 고인들을 상징한 종이학을 통해 우리 모두는 분단이 없는 조국의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은 충동을 가질 것이다.

<산다화, Camellia Flower>는 차(茶)를 주제로 한 목판화이다. 한 소녀가 산다화(동백)와 매화 그리고 산수유가 활짝 핀 계절에 다관에 숯불을 지펴놓고 차탁에는 차 주전자와 찻잔들을 올려놓은 채, 차 사발 을들고있는모습을 그린 것이다. 좀 더 정리해서 말하면 산다화를 배경으로 일상의 차살림을 그린 판화라고할수있다.

<산다화>에 그려진 차를 마시는 소녀의 모습을 바라 보면 물처럼 다투지 않는 자유로움과 평화로움 그리고 행복감을 느낀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차를 좋아하는 이유이고 <산다화>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 한송준 Songjoon Han

Empty

Steel, 우레탄 도장 65 x 45 x 79cm
2015

한송준 작가가 초기 작업에서부터 이야기했던 ‘공간 (空間)’의 개념은 사전에서 첫 번째로 정의되는 ‘아무 것도 없는 빈 곳’일지 모른다. 그는 늘, ‘있음’과 ‘없음’ 에대한개념을작업으로풀어내고자했다.몇해전 부터는 ‘Empty’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형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면에서 봤을 때 입체성을 지닌 형상(그것들은 색색의 상자나 통로, 크기가 큰 봉투,여러면이 잘린 육면체 등의 모습이다.)을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오히려 평면에 가까운부피감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객은 실제로는 비어있는 형상을 꽉 채워진 상태로 인지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며 그것이 착시임을 깨닫는다.

“공간은 숙명적으로 삶과 함께합니다. 사람은 늘 공 간과 공간을 이동하며 사용하고 그것을 채우고 비워 냅니다.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할 만큼, 공간 속에는 또 다른 많은 공간이 있습니다. 공간의 그러한 속성을 관찰해 가며 작업합니다.”

공간에 대한 탐구로부터 ‘Empty’ 시리즈가 나왔지만, 그는 작업을 구상하기까지 과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 이 조심스럽다. 단지, 자신이 만든 형상 앞에 관객이 잠깐머물며무언가를느낀다면더바랄것이없다.– 성수진, ‘Empty into’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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