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니아 의과대학의 ‘Anjan Chatterzee’ 교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What is beauty?)’라는 질 문에 대한 중요한 판단 근거의 요인으로 ‘대칭성(Symmetry)’을 주목하고 있다. ‘어떤 특정한 선과 색, 모 양의 조합이 우리를 감흥시키고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들은 지금까지 인간의 논리 와 추측을 통해서만 다루어져 온 주제였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사이 과학자들은 인류의 아름다움을 판단 하는 근거와 이유에 대한 의문을 진화심리학과 인지 뇌 과학의 도구를 사용해 다루기 시작했다. 개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많은 실험 결과에 의하면, 특별히 사람을 포함한 생명체를 아름답 다고 인식하게 되는 요인으로 ‘대칭성’을 말하고 있다.
원과선이중첩되고반복되는3차원형태와리듬을갖춘대칭성으로표현된문신의작품앞에설때마다 현재의 시 공간과는 아주 먼, 아득한 지점에 와 있다는 묘한 간극의 감흥과 작품을 통한 내밀한 소통의 즐 거움이 있다. 문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가장 특징적인 요소로 ‘Symmetry’를 말하고 있다. 그 러나자연물의구체적인형상자체에서보이는대칭성이문신의조각이지닌주요특징과가치로볼수는 없다. 오히려 생명을 유지하고 지탱하게 하는 힘과 원리로서의 ‘본질적인 형상(Image)’을 표현하고자 하 는 작가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Symmetry’는 자연의 존재하는 모든 형태에서 나타나는 대칭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속에 있는 ‘생명성’ 에 대한 깊은 경외와 울림이며, 또 다른 ‘예술가’라는 이름의 창조자로서 자신의 창조자에 대한 깊은 통찰의 고백과도 같은 것이다.
문신이 국제 조각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1970년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포르 바카레(Port- Bacares)에서 열린 국제조각 심포지움 ‘사장 미술관(Musee des sables)’에 초대되어 <태양의 인간, Man of the Sun> 이라는 거대한 조형물을 선보이면서였다. 이작품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위해 제작 된 25m의 스테인리스 조형물<올림픽,1988>과 연결되어져 55개의 반구형 볼륨으로 구성된 탑형의 작품 은반복적패턴과파상적리듬그리고금속적표면이주는반사적효과에의한환상적다이나미즘의세계 를 보여주게 된다.
프랑스 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Piere Restany)는 이 작품이 올림픽 공원 내의 조각 작품중가장인상적인것으로평가하고있으며주된요인으로작품이지닌모던함을말하고있다.문신사 후 12년이 되던 2006년에는 바덴바덴시가 「문신조각전(Moon SHin in Baden Baden)」을 기획하게 되 었고, 이 전시에서 문신의 대형 스테인리스 스틸 4점과 브론즈 6점 등 10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이 전 시를 통해 문신의 조각 작품들이 독일 현지의 음악가들에게 특별한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어 그를 추모하는 곡들이 창작되고 헌정되는 일들이 줄을 잇게 되었다.
독일 SWR 방송국 수석 전속 작곡가 인 ‘보리스 요페(Bois Yoffe)’는 문신의 조각 작품에 감동을 받아 추모 실내악 ‘달의 하나됨과 외로움’을 작 곡해 헌정했으며, 이듬해인 2007년 안드레아스 케어스팅(Andreas Kersting)은 문신의 작품 <화(和)III >를 주제로 삼아 대규모의 관현악곡<Eleonithit>를 작곡한 것이다. 보리스 요페는 이곡을 만들 결심을 했을 때 문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에서 발산하는 강렬한 힘에 매료되어 이곡을 작곡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헌사곡의 창작배경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덴바덴에서 문신 전시회가 열린 이후 나는 산책할 때마다 그의 작품들을 경이로움으로 관찰하였다. 그러나 예술가의 이름과 국적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았다. 문신이 아닌 문신의 작품과의 강렬한 만남은 내 속에 미학적이고 존재론적 인 감흥을 일으켜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작품을 통한 작가와의 내적인 대화의 연속으로 그를 추모하는 이 곡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문신의 조각 작품이 미술분야 뿐 아니라 음 악가들에게도 국경을 초월해서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며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사건으로서 우리로 ‘예술이 무엇인가?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 문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한다’는 그의 말처럼 문신은 회화, 판화, 드로잉 등의 다양한 장르의 범주 를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구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술가이다. 문신의 작품 앞에 설 때마다 느끼게 되는 감흥과 즐거움의 시작은 ‘그의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작품 속에 깃들어있는 그 의꿈의실체는그의작품이자연과생명에대한경의와동시에완전하고영원한생명을향한갈망의꿈이 리라.또한그의작품이그진정성을담은시각적발현으로서국경을초월한모든인류와함께소통하는그 것일 것이다.
이번 2018창원조각비엔날레 특별전 ‘생명의 형상–Symmetries’展을 통해 이전의 보아왔던 문신의 조각 작품이 아닌, 또 다른 마음의 시각으로 그의 꿈을 만나고 내밀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벗을 만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MOONSHIN: Shapes of life–Symmetries